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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큰 상자

작은 상자의 도심, 큰 상자의 자연.


ⓒ Lee Wooyeol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주)알에이치코리아(2020)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밀폐된 것인 양, 자연과 환경에는 연결 고리가 없는 양 생각하게 된다. 인공적으로 단절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정원도 가꾸고 공원도 조성하며 우리 주변을 꾸미지만, 자연에 관한 생각은 거기에 그치는 것이다. 마치 신기한 것들로 꾸며진 빅박스스토어(Big-box store, 여러 지점이 있는 가게로서, 건물을 크고 네모난 모양으로 지은 대형마트나 쇼핑몰을 말한다)에 갇혀 일평생을 사는 것처럼.

나, 우리 집, 직장, 사회라는 상자는 자연이라는 더 큰 상자 속에 있다. 큰 상자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그 안에 속한 작은 상자가 위험해지는 것은 너무 명백하다. 우리가 속한 더 큰 상자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순간, 작은 상자 속 우리는 모두 위험에 빠진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큰 상자를 잊어가고 있다. 우리가 갇힌 인공이라는 작은 상자 바깥을 전혀 상상하려 하지도 않는다. 수도를 열면 물이 쏟아지지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굼해하지 않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공기가 숲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데, 사실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바다이다. 바다에서 작은 플랑크톤이 번식하며 산소를 배출하는데, 그게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알고 있으면 바다가 더러워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