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UTAN
'숲의 인간'
ⓒ Dimitry B
최평순,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인류세 : 인간의 시대』, 북하우스(2020)
인간 세계는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제도와 법규를 만들어낸다. 사회에 속한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고 변화에 발맞추며 살아간다. 인간의 이익을 위한 규칙이 인간 외의 존재들에게는 불이익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결정이 내려지는 대부분의 경우 동물의 권리는 고려 대상 밖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유인원이다. 유인원은 인간을 제외하면 다섯 종이 있는데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기번 그리고 오랑우탄이다.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유인원인 우랑우탄은 100년 전 23만여 마리에서 현재는 11ㅁ반여 마리로 줄었다. 그중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심각한 멸종위기 종으로 사바주의키나바탕안강에는 2002년에 1100여 마리가 살다가 지금은 700마리 정도로 줄었다. 팜유 농장이 늘고 벌목 등의 이유로 숲이 황폐화되면서 오랑우탄들은 인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거나, 조각난 숲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 Chris Charles
오랑우탄은 수관부Canopy라 불리는 나무 꼭대기나 위쪽에 머무는 것으 선호한다. 나무 밑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다. 열대 과일이 높은 곳에 주로 열리기 때문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기도 좋다. 그런데 이 오랑우탄은 나무 밑쪽으로 자꾸 내려와 우리 눈높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이전에 다른 숲에서 오랑우탄을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이곳의 오랑우탄이 더 낮은 위치에 머무니 촬영하기 수월하다. 높이 올려다볼 필요가 없으니 목이 아플 일도 없다. 구센 박사가 그 점을 지적한다.
"지금 보시는 게 저들이 이 숲에서 이동할 때 겪는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레예요. 저 뒤를 보면 나무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죠. 저 오랑우탄은 나무 아래로 내려와야만 다른 나무로 이동할 수 있어요. 건너편에도 아무것도 없어서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할 수 없죠. 벌목으로 생긴 문제예요."
구센 박사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동선상 그 방법 외에는 이동할 방법이 없다. 이 숲은 이차림이다. 본래의 나무와 식생이 잘 보존된 원시림에 비해 한 번 파괴된 후 복원되어 생기는 이차림은 식생이 단순하고 생물다양성이 떨어진다. 여기는 나무가 꽉 차 있어야 할 곳에 덩굴 식물이 많다. 정글은 나무가 빽빽이 차 있어 태양이 흙에 닿지 못해 덩굴이 자라기 좋지 않은데 이곳은 이차림이라 높은 나무가 부족하고 덩굴이 무성하다.
'숲의 인간'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은 그렇게 숲이 사라진,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간다.
ORANGUTAN
'숲의 인간'
최평순,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인류세 : 인간의 시대』, 북하우스(2020)
인간 세계는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제도와 법규를 만들어낸다. 사회에 속한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고 변화에 발맞추며 살아간다. 인간의 이익을 위한 규칙이 인간 외의 존재들에게는 불이익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결정이 내려지는 대부분의 경우 동물의 권리는 고려 대상 밖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유인원이다. 유인원은 인간을 제외하면 다섯 종이 있는데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기번 그리고 오랑우탄이다.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유인원인 우랑우탄은 100년 전 23만여 마리에서 현재는 11ㅁ반여 마리로 줄었다. 그중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심각한 멸종위기 종으로 사바주의키나바탕안강에는 2002년에 1100여 마리가 살다가 지금은 700마리 정도로 줄었다. 팜유 농장이 늘고 벌목 등의 이유로 숲이 황폐화되면서 오랑우탄들은 인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거나, 조각난 숲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오랑우탄은 수관부Canopy라 불리는 나무 꼭대기나 위쪽에 머무는 것으 선호한다. 나무 밑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다. 열대 과일이 높은 곳에 주로 열리기 때문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기도 좋다. 그런데 이 오랑우탄은 나무 밑쪽으로 자꾸 내려와 우리 눈높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이전에 다른 숲에서 오랑우탄을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이곳의 오랑우탄이 더 낮은 위치에 머무니 촬영하기 수월하다. 높이 올려다볼 필요가 없으니 목이 아플 일도 없다. 구센 박사가 그 점을 지적한다.
"지금 보시는 게 저들이 이 숲에서 이동할 때 겪는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레예요. 저 뒤를 보면 나무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죠. 저 오랑우탄은 나무 아래로 내려와야만 다른 나무로 이동할 수 있어요. 건너편에도 아무것도 없어서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할 수 없죠. 벌목으로 생긴 문제예요."
구센 박사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동선상 그 방법 외에는 이동할 방법이 없다. 이 숲은 이차림이다. 본래의 나무와 식생이 잘 보존된 원시림에 비해 한 번 파괴된 후 복원되어 생기는 이차림은 식생이 단순하고 생물다양성이 떨어진다. 여기는 나무가 꽉 차 있어야 할 곳에 덩굴 식물이 많다. 정글은 나무가 빽빽이 차 있어 태양이 흙에 닿지 못해 덩굴이 자라기 좋지 않은데 이곳은 이차림이라 높은 나무가 부족하고 덩굴이 무성하다.
'숲의 인간'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은 그렇게 숲이 사라진,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