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영원히 비자림을 앗아가는 공사

저는 아직 비자림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 PESCE


BY PESCE

비자림로공사는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사로, 왕복 4차선을 만들기 위해 1970년대부터 제주에서 살아온 삼나무들을 베어내고 있는 공사를 말합니다. 이미 3000그루가 넘는 삼나무가 오직 넓은 길을 위해 베어졌다고 합니다. 조속한 공사 중지를 위해 연대합니다.

나무와 목재가 어감이 다른 이유는 그 안에 생명의 유무에 있습니다.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목재는 이미 잘려나가 다음 형태가 되기 전의 죽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무를 보아도 누군가는 생명으로 보겠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테이블이 될 목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저기 있는 나무는 실제로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데에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걸까요?
무슨 권리로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 생명을 앗아가나요?

인간의 개념으로 땅을 샀다고 해서 그 위에서 살아가는 더 큰 질서 속 생명까지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누군가에게는 사색하는 산책로로, 누군가에게는 고요함을 즐기는 휴식처로, 그리고 다른 동식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인 숲입니다. 여느 개발이 그렇듯 이번 비자림로 공사는 살육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만 나무와 동식물의 살이 우리와는 다르게 생겨서 찢어발기는 과정이 덜 잔혹해보이고 괜찮아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길이 더 필요할까요?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살 땅이 정말 모자를까요? 손 닿는 족족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기에 모자른 것은 아닐까요?

저는 아직 비자림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공사는 제게서 영원히 비자림을 앗아가는 공사이기도 합니다.

© @arbitrary3040
Park Hyewon C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