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바다 사용료', 해변청소로 지불하는 서퍼들

NEWS PENGUIN | JUN 18, 2022


ⓒ PESCE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해변을 깨끗이 청소한 뒤에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있다.

지난 2020년 만들어진 페셰(PESCE)는 해변청소 후 서핑을 하는 ‘오션 트래쉬, 노 모어(OCEAN TRASH, NO MORE)’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촉구를 위한 컵줍깅 등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로 ‘직접 행동’을 추구하면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브랜드다.

해변청소와 서핑을 같이 하려는 시도는 환경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우열(30) 페셰 대표는 “서핑을 하러 갔을 때 지저분한 해변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즐기기만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치운 해변에서 자연을 느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생각을 한다. 더 좋은 파도를 맞기 위해서는 더 깨끗한 해변을 만들어야 한다”고 뉴스펭귄에 13일 말했다.

이우열 페셰 대표 (사진 페셰)/뉴스펭귄


이어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자연이다. 파도에는 태양과 달, 지구로부터 생긴 힘이 존재한다. 서핑을 통해 그 힘에 몸을 싣기도 하고 휩쓸리기도 한다”라며 “파도를 탄다는 것은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일이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바다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일상에 큰 활력을 만들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이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시민들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청소하고, 파도를 타는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 강원도 양양군 물치해변에는 30명의 인원이 해변청소 및 서핑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다.

시민들은 이날 본격적인 해변청소에 앞서 도심 속 고독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고독스테이 대표이자 여성 아웃도어 커뮤니티 우먼스베이스캠프 운영자인 김지영(34) 씨와 함께 요가로 몸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해변청소 참가자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 페셰)/뉴스펭귄


이날 시민들이 물치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약 80L 크기의 커피자루 20장, 쌀자루 10장에 더해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100L 마대 50장까지 가득 채울 정도로 양이 상당했다.
(사진 페셰)/뉴스펭귄

커피자루, 쌀자루는 기존에 사용되고 버려진 마대를 재사용했다. 이우열 페셰 대표는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기업, 브랜드라면 새로운 마대와 봉투를 대량으로 만들어 홍보 수단으로 삼기보다 최대한 재사용, 재활용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페셰는 앞으로도 재사용을 강조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 페셰)/뉴스펭귄

해변청소를 마친 뒤에는 서핑 활동이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페셰 협업 서프샵 강습을 신청해 서핑 수업을 받았다. 강습 비용은 참가자가 직접 서프샵으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페셰가 얻는 수익은 없다. 서핑 입문 강습 시세는 약 6만~8만 원으로 다양하지만 페셰는 협업 서프샵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협의하고 진행한다.

이우열 대표의 바람대로 해변청소 후 파도를 즐긴 참가자들은 자연과의 동화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채환(24) 씨는 “동료들과 같이 청소한 깨끗한 해변을 딛으며 서핑 보드를 끌고 바다에 몸을 띄우러 갈 때의 뿌듯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라며 “바다에 빚진 ‘바다 사용료’를 기꺼이 지불하기 위해 청소를 더 열정적으로 하자는 다짐도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채환 씨가 해변청소 후 서핑을 하고 있다 (사진 페셰)/뉴스펭귄

또 이 씨는 “청소만 하고 돌아가면 내게 남는 건 지친 몸과 책임을 다했다는 뿌듯함이다. 하지만 요가와 서핑을 함께하니 정말 바다를 애정하던 나 자신도 되찾고 바다, 파도, 바람과 내가 하나 된 충만한 기분까지도 가슴에 넘치도록 끌어안고 돌아가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슬기(31) 씨는 “내가 직접 청소한 해변가에서, 그 해변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아주 뜻깊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파도 소리와 바다 내음 등 자연 고유의 것들을 바로 앞에 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평소 잘 쓰지 않았던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핑이든 요가든 등산이든, 자연이 있음으로서 즐길 수 있는 활동과 함께 플로깅을 하는 것이 롱런(long run)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페셰가 주관하는 해변청소는 월 2~3회로 진행되고 있다. 서핑은 기상조건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해변청소만 하는 날도 있다.

(사진 페셰)/뉴스펭귄

이 대표는 “페셰의 목표는 파타고니아(Patagonia), 프라이탁(Freitag) 같은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과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며 “단순히 재활용을 넘어, 기능을 만들고 상징을 부여해 인간과 동물, 자연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 스위스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은 지속가능성, 윤리적 소비 등의 환경 철학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이다.

페셰는 첫 제품으로 향유고래 모양 튜브짜개를 만들었다. 버려진 자투리 아크릴로 제작했다. 제품명은 ‘모비딕’으로,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장편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흰 향유고래 이름을 본떠서 지었다.

이 대표는 “소설 속에서는 모비딕이 이겼지만 지금은 인간이 이기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멸종시키고 있다”라며 “갈라진 고래 배 사이로 치약, 핸드크림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사용자가 경각심을 갖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자투리 아크릴로 제작된 튜브짜개 모비딕 (사진 페셰)/뉴스펭귄

또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리미, 필름 카메라, 의자 등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중고 제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중고 제품은 주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이 대표는 “다큐멘터리 ‘인류세’와 관련 서적 등을 통해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대중과 기업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진의 힘’을 이용하기로 했다”라며 “멋지고 생동감 있게 해변청소를 표현해 쓰레기 줍는 문화를 만들고, 함부로 버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렇게 대중의 의식이 바뀐다면 국가와 기업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 뉴스펭귄(https://www.newspenguin.com)

원문 보기